[육아일기] 우리 태명은 왜 유카, 미미였어?

프리솔라
2024-07-29
조회수 346


유카: “엄마, 엄마~ 내 이름은 00인데 왜 유카였어?”

미미: “아빠, 아빠~ 00도 왜 미미였어?”


먼 훗날 너희들이 묻는다면 마치 한 편의 동화를 들려주듯 이야기하는 우리를 떠올리게 된다.


유카를 가졌을 때는 ‘이게 코로나인 건가...?’ 싶을 정도로 몸이 굉장히 아팠었다. 산부인과를 가기 전이었기에 응급실에 가도 딱히 해줄 수 있는 건 없었고, 나는 끓어오르는 열을 타이레놀로 잠재우며 버티고 버텼다. 그렇게 몸이 축 늘어진 채로 산부인과에서 유카의 첫 존재를 확인했던 2023년 6월 20일. 고작 0.88cm인 작은 존재를 확인했던 우리는 태어나서 처음 느껴보는 신기함과 기쁨을 느꼈지만, 당시 내가 매우 아팠던 터라 유카를 품으면서 이런저런 걱정이 생겨 남편에게 특명을 내렸다.


여리여리한 꽃이 아닌 강한 뜻을 품고 있는 꽃 이름으로 태명을 지어줄 것.



내가 워낙 꽃을 좋아해서 유카의 태명도 꽃으로 짓고 싶었는데, 그저 여리여리하기만 한 꽃보다는 선인장꽃처럼 강한 기운이 느껴지는 태명을 원했다.

그렇게 남편이 지어준 태명은 실유카꽃에서 따온 ‘유카’였다. 실유카꽃은 6~7월에만 피는데 마침 유카의 존재를 6월에 알기도 했고, 다른 꽃들과 달리 꽃이 아래 방향으로 피기 때문에 강한 바람에도 꽃이 잘 떨어지지 않아 강인함, 인내, 끈기라는 꽃말을 가지고 있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집으로 돌아온 남편은 ‘유카 만난 날🤍’이라고 적었는데 그 모습을 보면서 이렇게 둘에서 셋이 되어 간다는 아쉽고도 설레는 감정을 동시에 느꼈다. 그렇게 유카는 실유카 꽃말처럼 뱃속에서 강인하고 끈기 있게 열 달 동안 무럭무럭 잘 커서 나와주었다.



언제는 유카를 안고 실유카꽃을 본 적이 있다. 이런 순간을 실제로 마주하니 신기하면서도 벅찬 감정이 올라왔다. 물론 유카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지만 우리는 그 표정마저 사랑스러워 바로 카메라를 켰다. 유카는 지금까지도 실유카의 꽃말처럼 강인하고, 여느 꽃들과 같이 엄마·아빠의 하나밖에 없는 꽃으로 자라주고 있다.


“엄마! 그럼 미미 태명도 꽃이야?”


훌쩍 큰 미래의 미미가 나에게 묻는다면 나는 더 위대한 뜻이 있다고 말해줄 것이다. (유카야, 너의 태명도 정말 위대했으니 섭섭해하지 말기를😉) 사실 둘째인 미미가 오기 전, 한 명의 천사가 찾아온 적이 있다. 생각지도 못한 천사가 오고 가며, 나는 몸도 마음도 굉장히 아팠었다. 거의 한 달 내내 매일을 울어가며 어렵사리 떠나보냈고, 무너졌던 몸을 회복하는데도 긴 시간이 걸렸었다. 그렇게 힘든 시간을 겪고 감사하게도 기적처럼 타이밍 좋게 미미가 찾아와 준 것이다. 이번에는 절대 떠나보내고 싶지 않았기에 더 위대한 뜻이 담긴 태명을 지어주고 싶었다. 정말이지 어떻게든 붙잡고 싶었다.



미미의 태명은 미리내(은하수)를 누리는 미르(용)라는 뜻이다. 사실 남편은 미리내(은하수)로 태명을 짓고 싶어 했지만, 나는 그 태명이 입에 달라붙지 않았다. (미리도, 리내도, 은하도, 하수도 태명으로 하기엔 어딘가 이상했다😂) 그러다 용의 해에 고맙게 와준 아이를 생각하며 고민하던 중, 그럼 은하수(미리내)와 용(미르)을 합치자고 타협을 보게 되었다. 그렇게 우리만의 특별한 미(리내를 누리는) 미(르)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미미라는 태명을 짓고 나서 생각해 보니 너무 여자아기 태명 같길래, 딸이면 더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산부인과에서 예쁜 딸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우리는 미미가 크면 꼭 입히고 싶은 옷을 사러 갔다. 나는 늘 “내가 만약, 딸을 가지면 이 옷 꼭 사고 말 거야!”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던 나였다. 그런데 드디어 그 입버릇이 현실이 된 것이다. 우리는 들뜬 마음으로 옷을 고르며 직원에게 이 옷은 언제부터 입을 수 있냐고 물었다. 직원은 3살부터 가능하다고 했지만, 우리는 망설임 없이 옷을 구매했다. 비록 3년 뒤에 입을 옷을 미리 준비한 우리였지만, 이 옷을 입은 미미를 보면 분명 행복 가득한 미소를 지을 생각을 하니 웃음이 절로 나왔다. 상상만으로도 이렇게 행복한데 실제로 보면 얼마나 더 예쁠까.


어느덧 미미가 온 지 7개월이 되었고, 출산까지는 두 달 반 정도의 시간이 남았다. 미미가 우리에게 온 이후로 나는 그 어느때보다 마음이 굉장히 편안해졌는데 특히 이 작은 존재의 콩콩거리는 움직임을 느낄 때면 행복한 감정을 많이 느끼고 있다. 유카를 가졌을 때는 처음이라 잘 몰랐는데 두 번의 경험으로 여유가 생긴 탓인지 모든 것이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아 물론, 유카는 존재부터 태동까지 모든 게 다 사랑스러웠다💖)




꽃처럼 예쁜 유카와 어둡지만 반짝거리는 은하수 속에서 기적처럼 와준 미미. 이 둘이 있어서 우리는 이 전과 다른 모습으로 성장해 가고 있다. 물론 처음이기에 때로는 더디고 부족한 점들도 많지만, 유카와 미미에게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오늘도 엄마 그리고 아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쌍둥이보다 더 힘들다는 연년생 육아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지만, 힘들고 서툴렀던 첫 육아를 잘 해낸 것처럼 남편과 나는 잘 해낼 것이다. 뜨거운 바람이 온몸을 휘감는 것처럼 축 늘어질 정도로 힘든 육아지만 (더워 죽겠는데 들어가지 않겠다는 아기를 붙들고 집으로 납치하게 되는 여름날의 육아🤣) 이 더위가 지나고 선선한 바람으로 한 여름밤을 떠올리는 날이 있듯이 오늘의 육아도 ‘그땐 그랬지’하고 웃으며 떠올리게 될 육아 페이지가 될 것이다. 오늘도 고군분투하며 육아하는 초보 엄마와 아빠 그리고 연년생과 쌍둥이 육아를 하는 부모 모두 파이팅!


육아일기 에디터 | 여니여기

23년생 유카를 키우며 24년생 출산 예정인 미미를 품고 있는 엄마.
감성 가득한 시선으로 육아일기를 기록하는 여니여기입니다. 
블로그 '동화 만드는 아빠와 기록하는 엄마'  ( https://blog.naver.com/wind2733 ) 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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