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일기] 완벽한 엄마가 될 필요는 없어

프리솔라
2024-08-14
조회수 157


육아를 하면서 유카에게 가장 원하는 건 잘 먹고, 잘 자고, 건강하게 잘 커주길 바라는 것이다. 많은 바람들 중에서 우리 부부에게 어렵고도 큰 스트레스를 안겨준 건 '잘 먹는 것'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남편과 나도 어렸을 때 잘 먹지 않았지만, 부모가 되어보니 자연스레 우리 아기는 잘 먹어주기를 바라게 됐다. 어쩌면 유카는 또래보다 작은 아기이기 때문에 더 많이 먹어주길 바랐는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이유식부터 유아식까지 잘 먹지 않는 유카와 매번 전쟁을 치르는 건 참 힘든 일이었다. 그러다 유카가 폐렴에 걸렸을 때 기침, 가래, 기관지염에 배가 좋다고 해서 배가 들어간 시판 이유식을 사다 먹였는데 한 입 먹자마자 그전에는 볼 수 없었던 격한 반응을 보이며 아기 새처럼 입을 쩍쩍 벌리는 모습을 보고 어이없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유카가 효자가 아닐까?” 남편이 말할 정도로 유카는 우리 부부가 만든 이유식은 철저히 거부하고 시판 이유식은 잘 먹어주었다. (한동안 시판 이유식을 정기적으로 주문해서 먹일 만큼 우리는 편한 이유식 생활을 즐기고 있었다😉)

 


그러다가 너무 시판 이유식에만 의존은 하는 게 아닌가 싶어서 다시 재료들을 하나둘씩 다져가며 이유식을 준비했다. 처음에는 잘 먹는가 싶더니 어느 순간 밥태기가 찾아왔다. 먹이려는 자 vs 거부하는 자. 흡사 창과 방패의 싸움 같은 이 전쟁은 밥 시간만 되면 찾아왔다. 처음에는 한 입만 먹어보라고 사정하다가 먹기 싫다고 울고불고하는 아기를 보며 忍 忍 忍 ! 참을 인을 1시간 동안 새기며 전쟁과 같은 시간을 겪었다. 주변 엄마들이 ‘우리 아기가 밥태기예요.’, ‘밥을 너무 안 먹어서 미치겠어요.’라는 글을 볼 때마다 얼마나 안 먹으면 이럴까 했었는데 사람은 역시나 겪어보지 않으면 모르는 일이다. 한 입이라도 먹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만든 노력이 무색하게 먹는 양보다 늘 버리는 양이 더 많았지만, 아기가 먹을 수 있는 식재료를 찾기 위해 열심히 파악하려고 애썼다. 그렇게 찾은 어이없는 원인은 바로 ‘파프리카’였다. 어쩌다 보니 파프리카를 넣은 이유식을 일주일 넘게 줬는데 혹시나 해서 파프리카를 빼보니 1시간에서 50분, 50분에서 40분. 시간이 점점 줄어드는 걸 발견했다. 그렇게 밥태기에서 벗어나는 줄 알았는데 밥태기라는 녀석은 편해질 만하면 찾아오고, 힘들어서 미칠 거 같으면 언제 왔냐는 듯 쏙 들어가 나와 유카 사이에서 밀당을 시작했다. 



유카가 14개월 때쯤, 우연히 족발을 먹기 시작하더니 고기 맛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그런 유카를 보니 자연스레 떠오르는 사람이 있었는데 바로 남편이다. 남편은 어렸을 때부터 고기를 워낙 좋아해서 다른 반찬은 안 해줘도 고기만 있으면 만사 오케이라고 어머님이 말씀하셨다. 그런 남편과 똑 닮은 아기라니! 정작 나는 유카를 임신했을 때 고기 냄새만 맡아도 속이 울렁거렸고, 티비에서 고기를 먹는 장면만 봐도 토를 할 정도였다. 배속에 있을 때는 고기도 못 먹게 하더니 나와서는 아빠처럼 고기 킬러가 되어 가는 유카의 모습을 보니 어이없기도 하면서 한 편으로는 귀엽기도 했다.

 


그 후로 유카가 밥투정을 부릴 때면 늘 손을 잡고 마트에 가서 고기를 샀다. 고기를 사면 무조건 본인이 들겠다며 울고불고 난리를 치는데 고기만 쥐여주면 금세 조용해진다. 이렇게 고기만 많이 먹여도 되는 건가 싶다가도 임신으로 내 몸이 힘들 때나 요즘처럼 날이 더워서 불 앞에서 반찬과 국을 만들기 귀찮을 때면 나는 유카에게 슬쩍 떠보고는 한다.


”유카야, 오늘 저녁에는 칙~칙~ 구워주는 꼬기 먹을래?”


이렇게 말하면 유카는 고기 굽는 흉내를 내고 귀를 가리키면서 “응응”이라고 대답한다. (칙~칙 굽는 행동은 ‘고’ 를 뜻하고, 귀를 가리키는 건 ‘기’를 뜻한다.)

 


어느새 유카는 고기 감별사가 다 됐다. 남편이 고기를 구울 때면 참새가 방앗간을 못 지나가듯이 남편 주위를 빙빙 돌며 고기를 달라고 징징거린다. 그럴 때 나는 이때다 싶어 고기와 밥을 입에 넣어주는데 그러면 바로 뱉어버린다. 고기만 달라는 유카만의 신호 같은 것이다. 짧은 한숨을 쉬고 호호 불어 고기를 주면 언제 그랬냐는 듯 참새처럼 입을 쩍쩍 벌린다. 


“유카야, 이렇게 고기만 먹으면 안 돼~ 밥을 먹어야지 고기 줄 거야! 알았어?”


그럼 밥을 꼴딱 삼키고 바로 입을 쩌억 벌려 입안으로 고기가 들어올 때까지 기다린다. 이걸 반찬 투정이라고 해야 할지 고기 투정이라고 해야 될지 모르겠지만 ‘그래! 네가 좋아하는 고기라도 먹고 건강하게 잘 커 주길!’하는 마음도 든다. 처음에는 무작정 고기만 먹으면 안 좋다고 말했는데, 지금은 좋아하는 고기라도 먹고 건강하게 잘 커 준다면 그걸로 됐다고 생각한다. 나의 마음가짐이 바뀌게 된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유카를 키울 때 내 마음대로 잘되지 않는 육아를 경험하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 육아만 왜 이렇게 어려운 건가?

다른 엄마들은 잘하는 거 같은데 나는 왜 이렇게 못하는 거 같지?


육아로 힘들기도 했지만, 그때는 다른 엄마들과 나를 비교하며 나 자신을 깎아내렸다. 회사에 다닐 때는 내가 배운 업무들을 어떻게든 활용하면 되었지만, 육아는 전혀 다른 문제였다. 지식인, 카페, 블로그, 관련 홈페이지 등을 찾아보며 거기에 나온 해결책들을 적용해 봤지만, 그때마다 또 다른 육아 퀘스트가 등장했다. 그렇게 수많은 미디어를 접하다 어느 순간부터는 조금 더 뻔뻔하고 당당하게 생각해보기로 했다.


엄마가 굳이 스트레스를 받아 가면서 육아할 필요는 없어!

엄마가 편하고 행복해야 아기도 행복한 거야!

스트레스를 받을 바에 차라리 편하게 쉬고 그 에너지로 아기와 더 좋은 시간을 보내면 그게 최고인 거야!



이렇게 생각하고 나니 뭐든지 내가 다 해야 한다는 중압감에서 벗어나게 되었고, 몸과 마음도 편해지기 시작했다. 몸과 마음이 편해지니 유카를 볼 때 더 편안해지는 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엄마가 체력이 있어야, 마음의 쉼이 있어야 지치지 않고 오래가는 법이다. 완벽한 엄마가 되기 위한 노력보다도 강제적인 쉼을 주면서 때로는 '에라 모르겠다'라는 생각으로 놓기도 해보니 유카와의 관계도 한결 편해졌다. 육아는 장기전이기 때문에 엄마 스스로 지치지 않고 쭉 갈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엄마 스스로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칭찬하며 강제적인 쉼을 만들어야 엄마가 지치지 않고 행복한 육아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육아는 늘 새롭고, 어렵지만 그전에는 느껴볼 수 없었던 희열감, 뿌듯함 그리고 또 다른 나를 마주하게 된다. 작은 고백을 하자면 나는 음식을 즐겨 하는 편이 아니기 때문에 최소한의 음식 정도만 했었는데 다양한 유아식을 만들어주면서 ‘세상에 내가 이런 것도 만들 수 있단 말이야?’라고 나 자신에게 놀라움과 뿌듯함을 느끼고는 한다. (물론 엄마는 그런 나를 보며 그전에도 진작 만들어보지 그랬냐며 작은 잔소리를 한다😂) 이렇게 결혼 그리고 육아는 인생의 2막이라고 할 만큼 새로운 경험들과 전에는 볼 수 없었던 나 자신을 마주함으로써 한 단계 성장하는 나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육아는 힘든 게 당연하다! 하지만 그만큼 보람 있는 것 또한 육아다! 보람찬 육아를 장기전으로 오랫동안 하기 위해서는 엄마의 신체적·정신적 체력을 잘 관리해야 한다. 오늘따라 유난히 칭얼거리는 아기 때문에 힘들다면

“이런 날도 있는 거지...!” “아 몰라, 나도 오늘은 쉴래! 엄마 파업이야!”라고 외치면서 엄마에게도 휴가를 주는 게 어떨까? 꼭 완벽한 엄마가 될 필요는 없다. 잘하고 싶은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잘 하고 있는 엄마다. 매일 레벨 업 되는 육아지만 그만큼 우리는 성장하고 있다. 오늘도 우리 모두 육아팅!


육아일기 에디터 | 여니여기

23년생 유카를 키우며 24년생 출산 예정인 미미를 품고 있는 엄마.
감성 가득한 시선으로 육아일기를 기록하는 여니여기입니다.
블로그 '동화 만드는 아빠와 기록하는 엄마' ( https://blog.naver.com/wind2733 ) 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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